창43:1-15
내가 자식을 잃게 되면 잃으리로다(14절)
곡식을 더 먹고 없어지자 야곱은 아들들에게 다시 애굽에 다녀오라고 말한다. 이 때 유다는 요셉의 명령을 상기시키며 베냐민이 동행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담보가 되겠다고 말한다. 이에 야곱은 베냐민을 보내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고 잃게되면 잃으리로다 라고 말하게 된다.
사랑하는 아들 요셉을 잃은 트라우마를 겪은 야곱에게 베냐민은 많은 것을 의미하는 아들이다. 라헬의 분신, 요셉의 분신, 무엇보다 자신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아들을 형제들을 정탐꾼이라고 의심하고 시므온 마저 가둔 애굽의 총리 앞에 보낸다는 것은 생각할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극심한 기근 속에서 온 가족의 생명이 위협을 받게 되자, 야곱은 자신이 붙들고 있는 마지막을 내려놓게 된다.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 속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맡기게 된다. 이 아들을 통해 위로받고 살려고 했지만, 결국은 이 아들을 내어놓았을 때 자신과 온 가족이 살게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신앙의 여정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실존을 벼랑끝으로 몰아세우실 때, 나의 최후의 보루를 내려놓고 그것을 하나님으로 대신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제2의 허벅지 관절의 어긋남. 이것이 야곱에게는 마음 중심의 허벅지 관절이 어긋나는 경험일진데 우리의 삶의 여정에서 한 번이 아니라 거듭 이루어져야 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
이삭을 번제단에 바침, 에스더의 죽으면 죽으리로다, 나의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고백했던 예수님의 기도와 십자가, 복음을 위해 나의 생명조차 아끼지 않겠다는 바울의 에베소 장로들을 향한 설교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이 고백과 결단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언약과 복과 생명의 역사가 흘러내려간다.
내가 기꺼이 하나님의 은혜 아래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나님께서 요즘 나를 극한 상황으로 몰고 있다는 느껴지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요즘 계속 내가 갈등하는, 다른말로 내가 포기하지 못하는 안정된 미래와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