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호 서평] 기독청년이여, 이 책 스무 권은 꼭 읽게나 
학복협 필독서 선정/ 기독학생들의 의식 폭 넓히는 계기 마련

 

양희송(hizsong) [조회수 : 1346]

 


요즘 대학생은 책을 안 읽는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아닌게아니라 과거 대학생들이라면 쉽게 공유했을 법한 필독서 목록이 사라졌거나, 목록이 있다고 해도 영향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관심사와 경험의 폭이 파편적이다 보니 집단적 의식이나 세대의식에서 책이 차지하는 영역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신 그들은 영화나 음악, 방송 등을 통해 이미지를 폭식하는 양상이 자주 발견된다.

대학가 선교를 위한 연합체인 학원복음화협의회(학복협·상임대표 이승장)가 9월 말에 기독대학생에게 권하는 스무 권의 책을 발표했다. 조만간 이 목록에 간단한 서평을 곁들인 소책자를 만들어 대학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지난 두어 달 동안 기독교권의 청년사역 관련자들에게 설문을 실시해 최종적으로 40여 명의 추천 내용을 받았다. 목회자 20여 명, 선교단체 간사 10여 명, 기독NGO 활동가 10여 명, 약간의 출판전문가들이 설문에 응했다. 이렇게 해서 일반 분야 10권과 기독 분야 10권 (보너스 추천까지 포함하면 30권에 달한다)을 뽑았다. 일차적으로 학복협 가입교회와 회원단체들에게 먼저 배부할 예정이다. 원하는 이들은 직접 연락해서 도움을 청할 수 있다. (www.kcen.or.kr, 02-838-9743)

학복협 강남호 사무국장은 추천 서적은 최근 2년 내에 발간된 책에 한정했다고 말했다. 과거에 나왔던 책이지만 새롭게 개정판이 나왔거나 출판사를 바꿔 새로 번역한 경우는 새 책으로 인정했다. 또 일단 잘 만들어진 책(원고는 좋지만 너무 조악한 방식으로 출판된 경우는 제외), 창의성과 비판정신이 담긴 책(도발적 문제제기, 독창적 시각 제공, 시대정신과의 호흡 등을 고려)을 우선 선정한다는 원칙으로 작업했다. 

역사는 마스터하고, 독창성을 키워라 

일반 서적에서는 역사 문제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이다. 그것도 근현대사에 집중하고 있다. 김형수의 <문익환 평전>이 현대사를 온몸으로 헤쳐 온 개인의 삶을 통해 역사를 들여다보고 있다면, 한홍구의 <대한민국사>는 3권으로 구성된 통사이다. 여기에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현대사>는 읽기 쉽고 흥미로운 구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보조적으로 선택된 책들도 이 영역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어서 젊은이들이 역사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한번 정돈하고 지나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에 곁들여 김두식의 <헌법의 풍경>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제공하고 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독창적인 주장과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 몇 권 선정되었다. 서양 저자의 책 가운데는 금년 여름에 야당 대표가 탐독했다고 해서 주목받은 스티븐 레빗의 <괴짜경제학>, 동서양의 사고 차이를 심리학적 실험으로 규명한 리차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 등이 있고, 국내 저자의 책 중에는 18세기 선조들의 향기 가득한 고전에서 길어 올린 감동적 이야기를 담은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 재기 넘치는 미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진중권의 미학에세이 <놀이와 예술의 상상력>이 있다.

호연지기와 세계시민적 기풍을 불어넣는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와 취업전쟁 시대에 오히려 차근차근 노동의 의미를 다각도로 새겨주는 노동철학자 조안 시울라의 <일의 발견>은 최신작이지만 선정되어서 추천 목록의 동시대성을 입증하고 있다.

균형과 공감 그리고 열정이 필요하다

비교적 분야별로 골고루 선정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사회적 관심을 표명하는 책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최근 <복음과상황>에서 소개한 로날드 사이더의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이 있고, 기독교윤리 문제 특히 전쟁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는 신원하 교수의 <전쟁과 정치>가 주목할 만하다.

한국 필진들로는 앞서 언급한 신원하 교수(고신대 윤리학)를 비롯해서 <변혁과 샬롬의 대중문화론>을 쓴 신국원 교수(총신대 신학), <하나님나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쓴 양용의 교수(에스라대학원 성서학)가 있다. 이들의 저서는 한국적 정황과 문제의식, 논의의 지형을 잘 감안하여 저술되었다는 평을 얻었는데, 이번에 목록에 포함됨으로써 젊은 층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 신앙과 관련된 서적에서도 전형적인 변증식의 접근보다는 공감적 접근이 보인다. <나는 왜 그리스도인이 되었는가?>의 존 스토트, <하나님이 기도에 침묵하실 때>의 제럴드 싯처,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다>의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등 각 저자가 정평 있는 사람들이니만큼 좋은 선정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이들이 문제를 다루고 풀어가는 방식은 해당 주제를 깊이 고민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깊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진지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을까. 레베카 피펏의 <토마토와 빨간 사과>가 선정돼 추천 목록의 균형을 잡아줄 것으로 보인다.

영성의 문제와 선교 혹은 다원주의적 상황을 다루는 책으로 게리 토마스의 <뿌리 깊은 영성은 흔들리지 않는다>와 스탠리 존스의 <인도의 길을 걷는 예수>가 꼽혔다. 영적 깊이에 대한 갈증과 결핍을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매료될 만한 요소를 갖고 있는 책이다. 

       * 추천 도서 목록 

기독 서적

1. 그리스도인의 양심선언/로날드 사이더/이지혜/IVP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로날드 사이더/한화룡/IVP

2. 뿌리깊은 영성은 흔들리지 않는다/게리토마스/전의우/CUP
   종교개혁 시대의 영성/알리스터 맥그래스/박규태/좋은씨앗

3. 변혁과 샬롬의 대중문화론/신국원/IVP

4. 현대사회 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존스토트/정옥배/IVP
    전쟁과정치/신원하/대한기독교서회

5. 하나님 나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양용의/성서유니온
    미국을 움직이는 작은 공동체 세이비어 교회/유성준/평단문화사

6.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다/니콜라스 월터스토프/박혜경/좋은씨앗
    존재의 이유/자끄엘룰/박건택/규장

7. 인도의 길을 걷고 있는 예수/스탠리 존스/김상근/평단문화사

8. 하나님이 기도에 침묵하실 때/제럴드 싯쳐/마영례/성서유니온

9. 토마토와 빨간사과/레베카 피펏/김성웅/사랑플러스

10. 나는 왜 그리스도인이 되었는가/존 스토트/양혜원/IVP
     오소독시/G.K 체스터턴/윤미연/이끌리오

일반 서적

1. 미쳐야 미친다/정민/푸른역사

2. 헌법의 풍경/김두식/교양인

3. 대한민국사 1.2.3/한홍구/한겨례신문사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서중석/역사문제연구소(기획)/웅진닷컴

4.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김성보-기광서-이신철/역사문제연구소(기획) / 웅진닷컴
  우리 통일, 어떻게 할까요?/강만길/당대

5. 괴짜경제학/스티븐 레빗-스티븐 더브너/안진환/웅진지식하우스
    쾌도난마 한국경제/장하준-정승일/이종태 엮음/부키

6. 문익환 평전/김형수/실천문학사
    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리영희/임현영 대담/한길사

7.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한비야/푸른숲

8. 생각의 지도/리처드 니스벳/최인철/김영사

9.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진중권/휴머니스트

10. 일의 발견/조안 B 시울라/안재진/다우출판사

 

2005년 10월 12일 13:46:24
Posted by L i v i n g R e m i n d e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