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신대 신문에 실을 글을 써달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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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음터에서..

신광은 목사(열음터 공동체)


교회를 개척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문제가 하나 있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목회를 하는 것일까?’ 하기야 누군들 이런 고민도 없이 ‘감히’ 목회를, 그것도 개척을 하겠는가? 하지만 나는 진짜제·대·로· 목회를 해보고 싶다. 나는 1만 명 목회는 커녕 1천명 목회를 할 생각도 없다. 전 세계를 돌아 다니며 세계 복음화에 앞장 설 특급 강사 목사가 될 자신도 없다. 그저 나는 제대로 된 목회를 하고 싶다. 큰 목회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내 유일한 한 가지 관심은 열심히 목회를 한다고 했는데, “나, 너 모른다!” 이 한 마디 안 듣고 싶을 따름이다.

주여, 주~여! 제가 주의 이름으로 설교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고, 목사노릇도 많이 했잖아요, 길목마다, 거리마다 전도도 엄청 했잖아요, 귀신도 무지 많이 쫓았잖아요, 병도 고치고, 기적도 행하고, 엄청난 능력을 행했잖아요? 저, 진짜 열심히 목회했거든요.” 내가 이러는데, 주님께서 “내가 너를 도무지 알지 못하노라. 불법을 행하는 자야, 내게서 떠나라.” 이러실까봐 나는 너무 두렵다. 이 생각만 하면 등판 가득히 식은 땀이 송송 솟아날 지경이다.

그런데 요즘 <뉴스 후>가 나의 소심증을 더 심화시켰다. 정말 내로라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교회, 최고의 목회자들 이야기가 조금도 여과 없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너무 창피하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 너무 무서웠다. 어쩜 신약성서에 나오는 그 사람들과 똑같은지... 잔치의 상좌 앉기를 즐겨하고(마23:6), 네 거리, 시청 앞 광장,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멋지게 기도하기를 좋아하고(마6:5), 돈을 좋아하고(눅16:14), 말과 행동이 다르고(마23:3), 타종교인, 불신자, 구원 받지 못하는 자들보다 스스로를 낫게 여기는(눅18:11) 등등.. 어쩜 저리 똑같을까..

한참 속상해 하고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 ‘나라고 뭐가 틀린가?’ 난 그 높으신 양반들보다 뭐 나은 것이 있는가? 정직하게 돌아보면 나도 높으신 윗분들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다. 나도 돈을 사랑하고, 겉과 속이 틀리고, 마음으로는 온갖 더럽고 부패한 것들 뿐이고, 비판하기 좋아하고, 교만하지 않는가? 그러니 이거 큰 일이다. 나중에 주님 앞에서 뭐라고 할꼬. 주님께 무슨 말씀을 듣겠는가? 열심히 주의 일을 한다고 했는데, 뚜껑 열어봤더니 밥이 아니라 모래면 어떡하나..

이런 두려운 마음으로 개척을 했다. 솔직히 내가 무슨 위대한 영성가도 아니고, 산 속 깊은 곳에서 세월 좋게 수도정진할 자신도 없다. 그냥 나는 평범한, 너무도 평범한 한 인간이다. 나는 위대한 목사일 자신도 없고, 큰 목회할 실력도 안 된다. 그냥 나는 진짜로 ‘제대로’ 목회를 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다른 것 다 제끼고 딱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것은 “사랑”이다. 바울이 말하지 않았던가..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고(I am nothing!), 사랑이 없으면 아무 유익이 없다고(I gain nothing!).

우리 교회는 집에서 예배를 드린다. 소위 가정교회(house church)이다. 지금 달랑 두 가정이 모이고 있다. 솔직히 좀 썰렁하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 몇 사람 더 보내달라고 기도드렸다. 그랬더니 며칠 전에 주님께서 이렇게 물으셨다. “지금 너희들의 숫자가 서로 사랑하기에 부족하냐?” 허걱! 몰래 뭐 훔쳐 먹다 들킨 느낌이었다. 참으로 지당한 말씀이었다. 부족하지 않았다.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아니 너무 많았다. 지금 우리는 단 두 가정이 모이지만 벌서 사랑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숫자다. 우리들은 아직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서로를 위해서 목숨을 내 주기는커녕, 내 맘에 들지 않은 서로의 모습을 수용할 마음의 준비도 아직 덜 되어 있다. 우린 지금 사랑하기에는 너무 많다. 사랑을 논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멀어도 한참 멀었다. 사랑이 본질인데.. 다 있어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꽹가리, 요란한 깡통인데,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아닌데..

그래서 다시 난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큰 건물이 없어도 좋습니다. 수 백 명이 안 모여도 좋습니다. 성가대, 찬양팀, 빵빵한 재정, 중고등부니, 청년대학부니, 남전도회 & 여전도회니 하는 여러 부서들.. 이런 것들이 다 없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주님, 이거 한 가지는 꼭 있게 해 주십시오. 서로에 대한 뜨거운 사랑, 후회 없는 사랑, 미워 죽겠는 원수마저 용서하고 품는 사랑, 가진 것 없어도 콩 한 조각이라도 나누는 그 사랑.. 이것 한 가지는 꼭 있게 해 주십시오. 이것만 있다면 나중에 주님 앞에서 쫓겨나지는 않겠지요. 이것 한 가지만 있다면 나중에 주님 앞에 섰을 때 책망 받지는 않겠지요. 우리 교회가 여력이 없어서 다른 많은 열매들 못 맺더라도, 정말 이거 한 가지만 꼭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 열음(열매의 옛 말)! 우리 교회가 이거 한 가지만이라도 풍성하게 맺는 터가 되게 해 주소서.

Posted by L i v i n g R e m i n d e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