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기독교2017. 6. 29. 18:11

복음의 공공성/ 김근주(비아토르)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은 사회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조사한 2017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서 기독교는 천주교불교 뒤에 위치한다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교회와 사회 사이예배와 삶 사이의 불일치라고 생각한다교회 안에서는 신앙 좋은 사람이지만직장과 사회에서는 전혀 비신앙인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어째서 이런 신앙의 균열이 생겨났을까여러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신앙의 공적인 성격에 대해서는 별로 가르치거나 배운 적이 없기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생각한다.


 이런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의 신앙을 한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여기 그 흐름을 반전시킬 만한 귀한 책이 있다바로 김근주 교수의 복음의 공공성이다이 책에 의하면 우리 가운데 있는 신앙의 사사화는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342). 그는 이 책을 통해 구약의 복음을 드러냄과 동시에 구약의 정치적사회적구조적 차원에 주목하여 성경을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구약의 핵심본문들을 다루기 때문에 구약을 한 눈에 개관할 수 있다는 유익은 덤이다.


 복음의 공공성을 드러내기 위해 성경의 시작창세기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형상부터 해석의 전환을 시도한다. ‘하나님의 형상의 실질적 의미는 복수로 존재하는 사람으로공동체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본질이다이렇게 우리 신앙은 수많은 관계 안에서 살아가기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공적일 수밖에 없다(49). 또한 하나님의 형상은 이 땅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드러내는 왕적인 존재로 부름 받았음을 의미한다왕이 사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야 하듯이 성도의 삶과 행위가 공적이어야 한다특히 노동은 하나님이 그분 형상대로 지으신 인간의 존재 근거이며사람에게 주신 사명은 제의가 아니라 일상의 일(65)이라는 점은 일과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새롭게 한다.


 구약의 핵심적인 개념인 공의(쩨다카)와 정의(미슈파트)’가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다양한 본문을 통해서 드러낸다. ‘공의와 정의의 현장이 성문에서 이루어지는 재판임을 밝히며이것은 공공 영역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재판의 본질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괴로움힘겨운갈등을 듣고 그에 응답하는 것이기에다른 사람의 처지를 내 처지처럼 생각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특히 개인적인 복으로 오해하기 쉬운 아브라함의 부르심을 공의와 정의를 행하는 것과 연결시켜 공적인 특성이 있음을 밝혀낸다.


 이러한 복음의 공공성을 인식할 때 우리의 관심은 사회적 약자에게 향해야 함을 강조한다이스라엘의 공의와 정의의 준수 여부는 사회의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통해 바로 드러난다(141)는 것이다결국 신앙의 공적 차원을 생각한다는 것은 사회의 약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 구체화되어야 하며특히 레위기 19장에 나오는 거룩과 관련해서 개인의 자선보다는 모두를 안정적으로 보호하는 구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저자는 이런 삶이 야훼 신앙의 본질이며공적 신앙의 핵심’(343)이라고 역설한다.


 이 책을 통해서 나 자신을 포함한 한국교회가 그동안 성경을 해석하고 적용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사사롭게 대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개인의 성공이 아니면 개교회의 부흥으로 모든 것이 집중되었으니 말이다이제 이 책을 통해 많은 기독교인들이 신앙에 있어 공적인 요소가 핵심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말씀을 공적으로 살아내어 다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있기를 기대한다.


복음의 공공성 - 10점
김근주 지음/비아토르


Posted by L i v i n g R e m i n d e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