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피터슨, 복 있는 사람
그러나 모든 말애 운동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교회는 남자와 여자들을 말씀의 사역자로 임명합니다. 이 사역자들의 일편단심 과제는 말씀과의 연결이 살아 있게 하는 것입니다. 기도의 고요 속에 푹 잠기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매일 아침 새롭게 듣고 그 말씀에 거듭거듭 신선하게 응답할 수 있게 말입니다. 85
그 일이 뻔하지도 쉽지도 않지만 필요하기 때문에 교회는 말씀의 사역자들에게 안수하여 성례의 사역자로도 삼습니다. 교인들과 말씀의 연결점을 포착하고 말씀이 선포된 사람들 곁에 바싹 머무르고, 그들과 함께 그들을 위해 끈질기게 관심을 두고 기도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그분이 수행하는 일로 나타나기까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기 위해서입니다. 87
그래서 교회는 그 구성원 중 일부를 설교자와 교사로 뽑아 그들이, 말하자면, 말을 책임지게 합니다... 우리는 이런 위기상황과 도전 가운데, 이 모든 소음과 광란 가운데 말씀을 신실하고 정확하게 들려주고 선포하고 가르칠 사람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그 말씀을 경청하고 그 말씀으로 기도하고 그 말씀을 믿을 때 우리 곁에 머물 사람이 필요합니다. 155
당신의 과업은 말씀과 성례입니다. 168
당신의 감정이 우리의 감정만큼이나 변덕스럽다는 것과 우리의 마음이 우리를 속이는 것만큼이나 당신의 마음이 당신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에게 안수하여 목사로 세우고 서약을 받으려는 것입니다. 169
당신의 임무는 기본이 되는 이야기를 계속 말하고, 성령의 임재를 계속 대변하고, 하나님이 최우선임을 주장하고, 성경에 담긴 명령과 약속과 초청의 말을 계속 전하는 것입니다.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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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목회자들의 목회자다운 유진 피터슨이다. 이 책을 통해 목사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배우고 생각하게 된다. 말씀의 사람으로 성도님들 곁에 있는 것. 복음과 진리를 계속 전하는 것. 어떤 상황에도 거기에 매여있고 헌신되어 있도록 서약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북 리뷰/기독교'에 해당되는 글 77건
- 2023.01.22 잘 산다는 것 1
- 2021.08.17 코로나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
- 2020.03.04 전혀 새로운 목회자/ '도시의 하나님 나라'를 읽고
- 2019.11.18 야곱의 DNA에서 하나님의 DNA로
- 2019.08.05 천국과 희망의 거듭남 / 희망이 보이는 자리 서평
- 2018.11.26 목자의 심장을 통과한 요한계시록
- 2018.07.14 바울과 그리스도인의 삶을 보는 새 관점
- 2018.07.12 사도바울과 그리스도인의 삶 발췌
'세상을 사는 그리스도인' 서평
어느덧 이 책의 저자인 조영민 목사님이 쓰신 세 번째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룻기를 다룬 ‘읽는 설교 룻기’, 요한계시록을 다룬 ‘소망의 복음, 요한계시록’, 그리고 다니엘서를 다룬 이 책까지 말입니다. SNS를 통해 보게 되는 목사님의 독서량과 마인드맵 정리를 보면 이런 책들이 나오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런 열매겠다 싶습니다. 앞으로 한국교회와 기독교 출판계에 더 선한 영향력을 끼치시기를 기대해봅니다.
다니엘을 통해 세상 속에서 우리의 신앙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안목이 탁월합니다. 책 제목에도 드러나듯이 그리스도인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새롭게 깨닫게 합니다. 세상과 분리된 신앙도 아니고, 세상과 하나된 신앙도 아닌 제 3의 길을 제시합니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세상을 살되, 세상에 선을 긋는 신앙입니다. 이것은 성도 각자의 모습에서 어떻게 드러나야하는지 더 구체적인 예시가 아쉽긴 하지만 그것은 각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내야 할 과제입니다.
성경 본문에 대한 저자의 성실성이 눈에 뜁니다. 다니엘서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고 설교되지 않는 7-12장 본문을 충실하게 다룹니다.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는 1-6장과 달리 7장 이후는 다루기가 난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본문들 가운데 등장하는 환상과 역사를 다루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찾고자 했습니다.
또한 본문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보수적인 입장과 이성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진보적인 입장을 아우르며 본문의 역사성을 긍정하는 복음주의적 입장을 취합니다. 한쪽으로 쉽게 결론을 내리기보다 본문해석에 대한 다양한 해석에도 귀를 기울이는 학자적인 성실함이 엿보입니다.
무엇보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의 고민과 불안을 컨텍스트로 삼아 선포되어진 내용이기에 더없이 특별하고 소중합니다. 성경말씀 또한 그 시대의 상황과 삶의 자리 가운데 들려진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다니엘서는 바벨론과 페르시아 시대 포로라는 고난의 자리를 살아냈던 다니엘이라는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의 역사와 은총을 드러냅니다. 저자는 이 말씀을 가지고 오늘 코로나 가운데 신앙과 삶 속에서 고난을 겪고 있는 성도들을 위로하며 믿음으로 살도록 도전하고 있습니다. 다니엘이 그랬듯이 많은 위협과 유혹을 이겨내고 별과 같이 빛나는 삶을 소망하도록 격려합니다.
세상 속에서 성도로 산다는 것이 참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시간이 갈수록 더 느끼게 됩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예배와 신앙의 실천이 더 어려워진 요즘 더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이러한 때 제 3의 길을 제시하며, 다니엘 본문을 붙들고 성실하게 해석하며, 코로나의 상황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는 이 책을 통해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살아내는 별과 같은 그리스도인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도시의 하나님나라 - 김형국 지음/비아토르 |
교회와 공동체는 서로 호환되는 말이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천 명이 넘는 교회의 목회자로 늘 고민하는 것은 교회의 부족한 공동체성이다. 종종 공동체성의 결여를 말하는 강사들의 강의를 들으면 목회자로서 한계를 느끼며 고민이 깊어진다. 최근에도 농촌 지역에서 공동체를 하고 계신 목사님을 모시고 신년사경회를 진행했다. 말이 아닌 삶으로 전도하며, 양계기술을 가지고 많은 선교지를 섬기는 모습을 통해 큰 도전이 되었다. 농촌으로 내려가 공동체를 해야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에서 이루어가는 공동체를 말하는 책을 만나 반가웠다. 단순히 지적인 유희가 아닌 실제 서울에서 건강한 교회공동체를 이루다가 분립을 이룬 목회자의 책이어서 더 설득력이 있었다. 또한 이것은 성경 속의 교회, 데살로니가 교회를 다루는 책이어서 감동이 되었다. 특히 원문을 사역을 하고, 본문에 대한 새롭고도 적절한 해석을 곁들이며, 실제 목회하는 교회를 향한 구체적인 적용점들이 제시되어 좋았다. 데살로니가 교회가 그 도시 안에서 전혀 새로운 공동체로 존재했음이 도전이 되고 새로운 꿈이 되었다.
이 공동체는 하나님 나라의 특성이 드러난 교회이다. 그 특징은 믿음이 만들어 내는 행위와 사랑으로 촉진된 수고와 소망으로 인해 영감을 받은 인내이다. 특별히 소망에 관한 저자의 도전이 인상적이다.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것으로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세상에 드러내려 애쓰다가 고난을 겪고 그것을 견뎌야 한다 말한다. 그리고 세상과 다른 삶을 끝내 살게 하는 것이 소망이라 강조한다. 이것을 위해서 세상과 구별된 공동체에 확실히 들어가 우상과 싸우겠다는 공동체적인 회심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또한 이 공동체는 본받기와 본이 되기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부족하고 한계가 있지만 먼저 복음을 받아들이고 믿음 위에 선 자로서 이끄미가 되어 따르미를 섬기며 본이 되는 것이 핵심이다. 이끄미가 가져야 할 자세는 잘못된 진리를 잘못된 동기와 방법으로 전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피하고,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데살로니가 현상을 일으키는 촉매자로 선한 영향력을 미쳐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공동체는 참된 교제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자신이 상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관심을 갖기 보다 상대가 진리에 따라 살고 있는지와 믿음에 기초해서 사랑하며 살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는 교제이다. 또한 수평적 관계에서 오는 기쁨이나 슬픔을 수직적인 차원으로 승화하여 하나님을 향하게 하는 영성이 그 안에 있다. 무엇보다 종말론적인 영성을 가지고 세상과 전투를 치열하게 치르면서도 서로 격려하고 세워주는 축제를 벌이며 즐거워합니다.
결국 이런 전혀 새로운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목회자가 필요하다. 세상의 가치와 방법을 따르지 않고 철저하게 하나님 나라를 따르며 구현하는 목회자 말이다. 그는 믿음과 사랑과 소망으로 살아가며, 겸손한 마음으로 다른 이를 본받고 또한 다른 이에게 본이 되며, 진리와 사랑의 영성을 소유한 사람이다. 데살로니가 교회가 전혀 새로운 공동체로 존재하게 했던 하나님의 은혜가 나를 전혀 새로운 목회자로 변화시키시며 세우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책은 이중적이다 못해 다중적이다. 이번에 이 책을 두번째 읽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책제목처럼 야곱의 이중성이 부각되어 읽혔고 그것이 가장 인상깊게 남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부분이 새롭게 다가왔고 내가 이전에 이 책을 읽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좋은 책은 여러번 읽는 다독이 유익하다고 추천하는 듯 하다. 아마도 세번째 읽게 될 때는 또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오는 유익이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중적인 야곱을 정신분열에서 영적성숙으로 인도하신다. 이것이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깨닫게 된 것이다. 저자는 각 장에서 야곱의 대표적인 이중성들을 통찰력 있게 포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복을 향한 야먕과 열망의 이중성이다. 이 이중성이 너무 뚜렷해서 이도 저도 아닌 통합되지 못한 자기분열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벧엘과 얍복강 가에서 야곱을 만나셨다. 벧엘에서 하나님께서는 어디서나 계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했고, 얍복강에서 하나님은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하나님을 볼 수 있게 했다. 느리고 더디지만 하나님께서는 야곱을 믿음의 사람으로 변화시키셨음을 보게 된다.
벧엘에서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찾아오셔서 은혜를 경험케 하신다. 형을 속이고 자기방식대로 복을 추구하던 야곱에게 그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먼저 찾아오셔서 언약을 맺으시고 보호와 인도를 약속해주신다. 무엇보다 하나님은 부모님들의 하나님, 브엘세바라는 지역에 묶인 신이 아니라 벧엘에도 계신 하나님임을 깨닫는 눈이 열린다. 벧엘은 사물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한다(183쪽). 결국 어디서나 계시며 자신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보는 눈이 열린다. 이것이야말로 신앙의 성숙이며 영성의 극치이며 예배의 완성이다.
또한 야곱은 얍복강가에서 하나님을 만난다. 져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지만, 하나님을 늘 의지하게 하도록 환도뼈가 골절된다. 이후 야곱은 에서를 만났을 때 에서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본다. 아첨이요 입에 발린 말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 진실을 보게 된다. 용서하는 에서의 얼굴과 축복하시는 하나님의 얼굴은 닮았기 때문이다. 브니엘은 사람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한다(184쪽). 이것은 결국 원수사랑이라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오롯이 삶 속에서 이루어가야 함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야곱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그의 이중성을 탁월한 통찰력으로 추척하고 있다. 저자를 따라 글을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나 또한 야곱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된다. 어느 자리에서는 거룩하고 숭고한 듯 하지만 어떤 때는 지극히 본능적이고 속물적인 나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이중성에 나 자신을 비하하고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야곱을 만나시고 붙드시며 그를 믿음의 사람으로 빚으신 하나님께서 나 또한 만나주시고 빚어가심을 알기 때문이다. 그분은 오늘도 내 안에 하나님의 DNA를 빚어가신다.
희망이 보이는 자리: 지친 영혼이 천국의 기쁨을 맛보는 인생 좌표 -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지음, 원마루 옮김/비아토르 |
이 책의 저자인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생 시절이었다. 선교단체 선배가 추천해주었던 책이 그의 공동체 제자도라는 책이었다. 당시 나름 독서에 재미를 붙이던 때라 책을 구해서 읽었는데 어떤 이유였는지 그리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책이 담고 있었던 여러 가지 고민과 실천이 나의 고민과 맞닿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번에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제목과 부제에 희망, 지친 영혼, 기쁨이라는 단어가 있었기 때문에 이전에 읽었던 책에 대한 부담스러운 기억을 떨치고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저자의 모든 지혜와 통찰은 공동체를 통해서만 빚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중요하다고 말하는 공동체이지만 실제 삶 속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그 삶을 사는 자가 말할 수 있는 잔잔하면서도 힘이 있는 메시지를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책에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 맞닥뜨리게 되는 총체적인 문제와 숙제들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인 문제로서의 고독과 절망과 과거의 상처, 시대적인 문제로서의 성공과 성적 쾌락을 향한 욕망, 신앙인으로 가장 풀기 어려운 시련과 고통의 주제를 다룬다. 결국 이 모든 것을 극복하기 위한 거듭남과 구체적인 삶의 모델들을 제시하며, 천국과 지옥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새롭게 하고 있다.
이렇게 쉽지 않은 주제들을 다루면서도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뜬구름 잡는 전개가 되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각 장마다 그 상황에 맞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증언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문제와 갈등 가운데 있었지만 회복된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삶을 다 드려 이 땅에서 천국을 산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물론 끝내 비극적으로 삶을 마치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이야기도 있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을 통해서 독자의 삶에 구체적인 결단과 도전을 가져다 주는 것이 큰 장점이다.
희망을 보게 하는 것, 지친 영혼이 천국의 기쁨을 맛보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고독과 절망이라는 양날의 고통에서 회복되는 것은 관심 받으려고 애쓸 때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랑을 베풀 때’이며(43p), 전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체 게바라의 비전은 ‘진정한 혁명은 강력한 사랑의 감정에 이끌린다는’(158p) 메시지에서 출발했다. 무엇보다 ‘자기자신을 의식하지 않는 기쁨으로 다른 이들에게 삶에 영항을 주는’(196p) 삶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사랑의 삶이다.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내가 거듭나야 하지만, 천국에 대한 우리가 가진 생각과 느낌 또한 거듭나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천국이라는 희망은 단순히 죽음 이후로 미뤄두는 것이 아니다. 오늘 여기에서 하나님을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살 때 누리게 되는 것이다. 오늘 천국을 선택하며 사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며 기쁨이다.
소망의 복음, 요한계시록 서평
나와 그렇게 나이 차이가 많아 보이지 않는 목회자가 담임목회를 하면서 책의 저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러움과 도전으로 다가왔다.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조영민 목사님이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SNS나 지면으로 그의 목회의 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읽는 설교 룻기’를 통해 큰 감명을 받았기에 이번 책도 기대감을 가지고 대할 수 있었다.
요한계시록은 많은 편견과 잘못된 선입견으로 대하기 쉬운 책이다. 이단들이 급진적 종말론적인 시각을 가지고 자신들의 교리를 전하기 위해 문자적으로 사용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어렵다는 느낌이 크다. 또한 여러가지 상징과 이미지들이 나타나며 심판과 멸망에 관한 내용이 등장하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어렸을 때 부흥회에서 보았던 휴거에 관련된 영상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요한계시록을 바르게 해석하며 오늘에 살아있는 메시지로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성도들이 요한계시록을 바르게 잘 이해하고 말씀을 따라 살도록 하고자 하는 목자의 마음이 잘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학문적으로 어렵다거나 반대로 개인 묵상의 차원이 아니라 공적인 설교의 자리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요한계시록을 대하는데 있어서 적절한 균형이 잡혀있는 책이다.
저자는 요한계시록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소망, 그리스도, 복음 이 세 가지를 축으로 삼았으며, 교회를 향한 메시지가 있는 본문 11개를 선택하였다.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 중요한 두 가지는 요한계시록은 미래를 예언하기보다 현재를 위한 책이라는 것과 핍박이라는 당시의 배경을 염두에 두는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여전히 신앙이 위협을 받는 우리에게도 생생히 살아있는 말씀으로 들려지는 유익을 누리게 된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마지막 장으로 새 하늘과 새 땅을 유업으로 누리기 위해서 성도는 이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부분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기는 자는 싸움을 잘하는 자나 높이 올라가는 자가 아니라 ‘생명수에 목마른 자(221쪽)’로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참된 생명수 샘물을 기다리며, 타는 목마름으로 주님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사람들(222쪽)’입니다. 가난한 심령과 겸손이라는 성경을 관통하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잘 어울리는 탁월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양들에게 있어서 입에는 쓰지만 영혼에 유익이 되는 참된 목자가 주는 진정성 있는 메세지로 다가온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교회 공동체를 세운다는 것이, 신앙을 생생하게 유지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워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교회, 목회자, 그리스도인들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절망과 환멸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우리에게 복음의 소망을 확고하게 제시하는 요한계시록의 말씀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목자의 따뜻하고도 자상한 시선으로 안내하며 깨닫게 해주는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사도 바울과 그리스도인의 삶 - 스캇 맥나이트.조지프 모디카 지음, 최현만 옮김/에클레시아북스 |
바울과 그리스도인의 삶을 보는 새 관점 / 사도 바울과 그리스도인의 삶 서평
바울의 새 관점. 몇 해 전부터 온라인 상에서 계속 접했던 용어이다. 톰 라이트니 샌더스니 하는 학자들이 이 관점을 주장했고, 이것으로 인해 기존의 학자들이나 목회자들과 칭의 논쟁이 후끈했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SNS에 올라온 새 관점에 대한 알기 쉬운 설명이나 도표도 보았지만 이 관점이 정말 무엇이 다른지를 알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이 책을 통해서 바울의 새 관점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바울의 새 관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되어서 좋았다. 옛 관점에서 유대교는 행위 의의 율법주의 종교로, 율법의 행위는 행위와 공로 쌓기를 근거로 하나님 앞에 자신을 세우려는 인간의 시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본다. 다분히 구원론 중심이고 개인의 구원이 강조된다.
그러나 새 관점에서 유대교는 언약적 신율주의로 유대인들은 언약을 따라 선택을 받아 구원을 이미 받았고, 이제 율법은 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가르침이다. 바울이 공격했던 율법은 유대인이 준수했던 율법 중 그들을 이방인과 구분하는 역할을 했던 행위들이다. 결국 여기에서는 교회론이 중요하며 이방인과 유대인의 하나됨이 부각된다.
신약성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바울서신의 주요 주제를 살피고, 그것들을 한 흐름으로 연결시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러 저자들의 논문을 묶은 책이지만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주제들이 있다. 성령을 따르는 삶, 십자가를 본받는 삶, 자기희생, 사랑, 교회의 하나됨과 이를 위한 연합과 포용이다. 이전에는 이런 주제들이 따로따로 느껴졌다면 이 책을 통해서 이것들이 서로 촘촘히 연결되며 한 흐름 가운데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이 책은 바울신학을 하나로 볼 수 있게 하는 유익이 있다.
한국교회의 상황과 연결되어서 그런지 새 관점의 강점이기도 한 교회론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교회의 연합과 하나됨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단합된 공동체 자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선언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서 쟁취하신 승리가 적대적인 우주의 세력들에게 명백하게 드러나는 수단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 헛되지 않음을 증명하는 수단”(213쪽)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분열과 갈등의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교회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깨닫고 회복의 길로 돌아서기를 소망해본다.
무엇보다 이 책은 성서와 신학 차원의 논의에서 그치지 않고 그리스도인의 삶까지 연결시키고 있다. 그래서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현학적이거나 어렵지 않고 삶에 와닿는 느낌이다. 어떤 신학을 갖느냐에 따라 성경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고 삶과 교회를 새롭게 보게 되는데, 오랜만에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고민과 탄성을 자아내는 책을 만나 반가웠다.
사도 바울과 그리스도인의 삶 - 스캇 맥나이트.조지프 모디카 지음, 최현만 옮김/에클레시아북스 |
여기가 바로 (인간 내면의 죄성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관점”과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유대적 정체성의 극복을 강조하는) 소위 새 관점이 손을 맞잡아야 할 지점으로, 두 관점은 바울이 우주적 세력의 탓으로 돌린 중심주의에 내포된 서로 다른 측면을 각각 강조한 것이다. 123
바울은 까도까도 끝이 없는 양파 껍질처럼 타인을 희생시키는 이 같은 “안을 향하는”(구심성, centripetal) 삶의 방식이 개인과 공동체에서 구현되는 모습에 우주적 권세가 작용한다고 보았다. 이런 삶은 바울이 오직 자기희생적인 주님의 성령에게만 돌린 “밖을 향하는”(원심성, centrifugal) 삶의 방식과 대조된다. 124
한 공동체는 (1) 구성원의 다양성과 (2) 하나이신 참 하나님을 예배하는 통일성, 둘 다를 특징으로 가질 수 있다. 125
새 관점의 관심사는 개인 구원 중심의 바울 해석이 (리처드 헤이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교회 완결적”(ecclesiotelic) 해석학, 즉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목적을 한 백성의 형성으로 보는 해석학의 필요성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개신교 복음주의가 개인주의를 강조하면서 교회론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바울은 파괴적이고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육신의 행위”(갈 5:19-21)를 낳을 뿐인 육체의 욕망을 극복하는 수단으로서 이성과 토라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욕망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성령을 따라 걷는 것”(5:16), “성령의 인도를 받는 것”(18절), 그리고 “성령과 계속해서 보조를 맞추는 것”(25절)이다. 175
성령이 함께하시는 종말론적 공동체인 교회가 하나님의 임재가 현시되는 매력적인 장소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바울이 빈번하게 사용하는 표현인 “서로”는 신자들의 서로를 향한 헌신의 철저함을 잘 보여준다. 그들은 서로 지체이며, 서로 세워 주어야 한다. 또한, 서로 돌보고, 타인의 유익을 추구하며, 사랑 안에서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짐을 지며, 서로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고 서로 용서하며, 서로 복종하고,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며, 사랑 안에서 서로 헌신하고, 서로 마음을 같이 해야 한다. 178
그리스도인의 삶은 공동체라는 맥락이 특징이라는 사실은 우리의 마지막 요점으로 이어진다. 즉 바울 사도의 윤리에서 핵심은 사랑이었다. 178
바울이 생각하는 단합은, 근본적인 교리 면에서 의견 일치를 이룬다는 전제 조건 아래서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 백성의 단합이 중요한 이유는, 단합된 공동체 자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선언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합된 공동체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서 쟁취하신 승리가 적대적인 우주의 세력들에게 명백하게 드러나는 수단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 헛되지 않음을 증명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213
우리는 바울이 인류를 반드시 낙관적으로 보는 것도 아니지만 모든 인류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유일한 참 하나님께 순종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바울이 이런 입장이 가진 까닭은 아마도,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 순종할 수 있는 유일한 동력이 성령을 통해 그리스도께 연합된 모든 사람이 누리는 하나님의 힘주심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가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218
바울이 어디서도 조직 신학을 서술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바울이 각 교회와의 독특한 관계 안에서 특정 교회가 직면하고 있던 구체적인 일상적인 쟁점과 무관하게 모세 율법과 칭의의 특징이나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219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옛 관점은 핵심 문제를 개인의 속량으로 보았지만 새 관점의 시선은 백성으로, 이스라엘과 교회로 이동한다. 옛 관점의 초점이 실존이었다면, 새 관점의 초점은 교회다. 232
이신칭의는 유대교의 행위 의를 고발하는 내용이 아니라, 유대인과 이방인 양자 모두의 구원을 위한 포용적인 틀이다... 옛 관점의 동력이 개인 구원론이었다면, 새 관점의 동력은 확장의 교회론이었다. 233
바울에게는 성령에서 도출된 교회 중심 윤리가 있었다. 말하자면, 그의 윤리는 교회 안에서 성령을 따라 사는 삶이었다. 258
여기서 바울이 제시하는 목록은 하나님과의 친밀함이나 사색의 삶에 관한 것이 아니다. 바울이 제시한 목록이 얼마나 타인 지향이며 교회 중심인지 주목하라. 259
바울은 사랑이 “유일하게 중요한 것”으로, 할례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로마제국의 동쪽 지역 전체에 걸쳐 이제 가정 교회 안에서 서로 유대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이 던지는 도전의 의미를 바울이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 도전에 응하는 유일한 길은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262
우리는 성령의 열매를 이해할 때, 개인을 과도하게 중시하고 공동체의 집단적 삶을 과도하게 경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항목들은 대부분 각 신자의 내면적인 삶과 관계된 것이 아니다. 공동체의 집단적 삶과 관계된 것이다. 292
성령의 열매인 사랑 안에서 우리는 우리와 판이한 사람들과 동료로 살도록 떠밀린다. 성령의 열매인 기쁨 안에서 이 공동체는 동료인 다른 사람의 삶에서 이루어지는 승리를 축하한다. 성령의 열매인 평화 안에서 이 공동체는 어둡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냉정과 평온을 유지한다. 성령의 열매인 인내 안에서 우리는 밀접한 공동체 안에서 사는 법을 배운다. 성령의 열매인 친절 안에서 우리는 우리가 대접받고자 하는 방식으로 타인을 대접한다. 성령의 열매인 선행 안에서 우리는 동료인 타인의 유익에 깊은 관심을 가진다. 성령의 열매인 신실함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뿐만 아니라 우리와 더불어 한 공동체를 이룬 사람들을 향한 철저한 충성과 헌신을 맹세한다. 성령의 열매인 온유 안에서 우리는 분노와 냉소가 아닌 은총과 사랑으로 서로에게 말한다. 성령의 열매인 절제 안에서 우리는 타인을 모임에서 배제하거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삼간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성령이 한 공동체를 떠밀어, 왕 예수가 설립한 새로운 세계의 질서로 나아가게 할 때, 그 공동체를 특징짓는 표시는 다름 아닌 단합된 교향곡을 만들어내는 성령의 열매들이다. 293
바울이 말하는 성령 육체 간 갈등은 한 사람의 영혼 안에서 일어나는 내적 갈등에 관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육체가 매우 활발하게 작용하는 세상 속에서 미래의 삶을 살아내는 하나님의 백성에 관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육체는 교제와 단합, 성결을 파괴한다... 성령의 방식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며, 오직 성령만이 우리 같은 타락한 사람을 사랑하는 존재로 만드실 수 있다. 294
신약의 기록 목적은 교회가 하나님의 세계 안에서, 예수의 부활과 마지막 갱신 사이의 시간을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있도록 교회를 세우고 교회에 힘을 불어넣는 것이었다. 313
메시아 안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이 하나 된 것의 의미는 “교회를 통해 하늘에 있는 통치자들과 권세들에게 하나님의 각종 지혜를 알게 하려는 것”이다. 정말로 이 내용은 비밀의 경륜이 드러난 것이었다. 즉, 창조주 하나님께서 늘 마음에 두셨던 내용의 “묵시”였다. 그리고 에베소서 4,5,6장도 마찬가지로 교회가 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선교의 증표와 상징이 되려면 교회의 연합과 거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