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기독교2018. 2. 1. 10:14

희망의 두 지평 / 이종인 지음 (박영사)

블로흐몰트만희망신대원 시절 조직신학 수업 시간에 들었던 단어들이다몰트만이라는 세기의 신학 거장이 희망의 신학이라는 화두를 만들어 낼 때 영향을 받았던 사람이 블로흐라는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그런데 이 두 사람의 희망을 분석한 책이라니어려울 것 같아 읽기 부담스러웠지만희미하게 남아있는 두 거장의 희망을 분명하게 알고 싶은 마음에 이끌려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먼저 블로흐와 몰트만 두 사람의 공통점이 존재한다모두 희망이라는 개념을 붙들었고, “다가올 시간즉 종말론적 기대와 희망이 현재를 바꾸는 동력이고 힘”(153)이라고 주장했다이런 공통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유대적 메시아니즘에 대한 관심이다그리고 희망과 다른 현실을 마주할 때 발생하는 저항과 반역을 강조한 점도 유사하다.


그러나 이런 공통점 보다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희망의 기초를 두고 블로흐는 인간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과 유토피아적 미래희망을 말하는 반해몰트만은 변함없고 신실한 하나님의 계시와 약속을 강조한다블로흐는 예수를 전형적인 저항의 전범으로 보았지만몰트만은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에서 약속의 성취와 미래희망의 근거를 끌어낸다.


또한 몰트만은 그리스도의 부활에서 가진 확실하고 분명한 미래희망을 갖는다그러나 블로흐는 양자택일이라는 어찌될 줄 확신할 수 없는 아직-아님의 미래적 종말관을 지닌다하나님 나라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인다몰트만에게 있어서 하나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증거된 약속의 완성을 내다본다하지만 블로흐는 미래의 희망 역시 하나님으로부터의 탈출을 통한 인간의 나라를 희망한다는 점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몰트만이 희망이 어떻게 우리로 하여금 저항의 삶을 살게 하는지 설명한 것이다. “희망은 우리로 모순의 세상과 투쟁하게 하고약속을 따라 저항하며 살아가는 삶을 가능하게 만든다이는 세계사적이고 선교적 사명에로의 소명이 발생하는 장소이기도 하다.”(96형이상학적이고 뜬구름의 희망이 아니라 피와 땀의 희망이 우리에게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반대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써 가장 아프게 다가왔던 한 구절이 있었다블로흐가 루터를 비판한 것으로 기독교가 저항과 전복의 정신을 잃고 체제 순응적인 성격만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루터의 견해에 따르면 고통의 십자가를 짊어져야 하는 자들은 권력자가 아니라뼈 빠지게 일하는 농부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165힘 있는 자들 보다는 힘 없는 자들에게 십자가를 지라고 쉽게 말하는 신앙의 민낯을 본 것 같아 부끄러웠다.


이 책 한 권으로 두 거장의 희망을 다 알게 되었다 말하는 것은 교만한 일일 것이다그러나 이전의 흐릿한 지평에서 좀더 분명한 지평으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그러면서 한 가지 소득은 지금도 책꽂이 한켠에 먼지 수북이 쌓인 채로 꽂혀 있는 몰트만의 희망의 신학을 읽겠다는 다짐이 생겼다는 것이다.


희망의 두 지평 - 10점
이종인 지음/박영사


Posted by L i v i n g R e m i n d e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