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과 그리스도인의 삶 - 스캇 맥나이트.조지프 모디카 지음, 최현만 옮김/에클레시아북스 |
바울과 그리스도인의 삶을 보는 새 관점 / 사도 바울과 그리스도인의 삶 서평
바울의 새 관점. 몇 해 전부터 온라인 상에서 계속 접했던 용어이다. 톰 라이트니 샌더스니 하는 학자들이 이 관점을 주장했고, 이것으로 인해 기존의 학자들이나 목회자들과 칭의 논쟁이 후끈했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SNS에 올라온 새 관점에 대한 알기 쉬운 설명이나 도표도 보았지만 이 관점이 정말 무엇이 다른지를 알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이 책을 통해서 바울의 새 관점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바울의 새 관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되어서 좋았다. 옛 관점에서 유대교는 행위 의의 율법주의 종교로, 율법의 행위는 행위와 공로 쌓기를 근거로 하나님 앞에 자신을 세우려는 인간의 시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본다. 다분히 구원론 중심이고 개인의 구원이 강조된다.
그러나 새 관점에서 유대교는 언약적 신율주의로 유대인들은 언약을 따라 선택을 받아 구원을 이미 받았고, 이제 율법은 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가르침이다. 바울이 공격했던 율법은 유대인이 준수했던 율법 중 그들을 이방인과 구분하는 역할을 했던 행위들이다. 결국 여기에서는 교회론이 중요하며 이방인과 유대인의 하나됨이 부각된다.
신약성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바울서신의 주요 주제를 살피고, 그것들을 한 흐름으로 연결시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러 저자들의 논문을 묶은 책이지만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주제들이 있다. 성령을 따르는 삶, 십자가를 본받는 삶, 자기희생, 사랑, 교회의 하나됨과 이를 위한 연합과 포용이다. 이전에는 이런 주제들이 따로따로 느껴졌다면 이 책을 통해서 이것들이 서로 촘촘히 연결되며 한 흐름 가운데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이 책은 바울신학을 하나로 볼 수 있게 하는 유익이 있다.
한국교회의 상황과 연결되어서 그런지 새 관점의 강점이기도 한 교회론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교회의 연합과 하나됨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단합된 공동체 자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선언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서 쟁취하신 승리가 적대적인 우주의 세력들에게 명백하게 드러나는 수단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 헛되지 않음을 증명하는 수단”(213쪽)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분열과 갈등의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교회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깨닫고 회복의 길로 돌아서기를 소망해본다.
무엇보다 이 책은 성서와 신학 차원의 논의에서 그치지 않고 그리스도인의 삶까지 연결시키고 있다. 그래서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현학적이거나 어렵지 않고 삶에 와닿는 느낌이다. 어떤 신학을 갖느냐에 따라 성경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고 삶과 교회를 새롭게 보게 되는데, 오랜만에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고민과 탄성을 자아내는 책을 만나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