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作讀書法(전작독서법)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서평)
나는 누구의 책을 즐겨읽었고, 누구의 생각을 본받으려고 했었나? 한 사람의 책을 파고들었다고 보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지만, 한 저자의 책을 두 권 이상 읽은 것을 대략 따져보았다. 그러다보니 나의 성향과 기질을 파악해볼 수 있었다. 국내 작가로는 이재철 목사, 김남준 목사를 들 수 있다. 목회적인 스펙트럼에서는 실천적이거나 대중적인 목회자보다, 학구적인 목회자를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해외 작가로는 C. S. 루이스, 유진 피터슨, 헨리 나우웬을 들 수 있겠다. 여기에서는 나의 관심이 신학보다는 영성에 관심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흔히 독서법을 이야기할 때 관심이 있는 한 저자의 책 전체를 읽을 것을 권한다. 이것을 전작독서라고 한다. 말 그대로 한 저자의 책을 모두 읽어가는 것이다. 한 사람의 글과 사상을 파악하고 그것을 체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 이것을 기초로 실마리로 삼아 더 넓고 더 깊은 책과 사상의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독서에 있어서 전작독서를 많이 권한다 생각된다.
이 책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다산 정약용의 전작독서의 결과물이다. 더 자세하게는 다산 정약용의 공부법을 정리한 책이다. 전작독서의 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산의 방대한 저작을 참고하여서 거기서 다산의 여러 독서법과 학문에 대해 잘 정리해놓았다. 저자는 논문을 쓰는 학생들과 경영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적었는데, 논문이라는 과제를 앞둔 나의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는 책이었다.
먼저 이 책의 탁월한 점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목록구성이 훌륭하다. 목록만 봐도 전체적인 책의 내용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것은 목록구성을 중요시했던 다산선생의 생각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둘째로 적재적소에 인용된 다산의 저작들을 볼 때, 그 종류와 분량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자가 얼마나 다산 연구에 몰입했는지를 알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마지막으로 각 목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짤막한 글은 앞에 있는 내용의 핵심을 간략하게 잘 요약하면서도 저자의 통찰이 담겨있는 화두와 같은 글이어서 좋았다.
특히 ‘9강 정취를 깃들여라’은 인상 깊었다. 따뜻함을 잃지 않는 지식을 추구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논리와 원칙으로 무장되어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다산의 의외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이 부분이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다면 다산과 황상의 이야기 때문이다. 스스로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했고, 신분도 낮아서 출세할 가능성도 없는 황상에게 정약용은 삼근계, 즉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면 못 할 일이 없다’라는 말을 해주었다. 결국 황상은 평생 이 말을 붙들고 문학에 매진하여 후일 추사 김정희에게 인정을 받게 된다. 나이 40이 먹도록 무엇했나 자책하던 나에게, 다시한번 신발끈 고쳐매고 달려가도록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책을 온전히 소화할 때, 그 사람의 사상과 삶을 배울 수 있으며, 무엇보다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이 된다. 기억하자. 全作讀書法(전작독서법)!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 정민 지음/김영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