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 싶어지는 책 (‘공부하는 삶’ 서평)
‘공부해라’ 참 듣기 싫은 잔소리 중 하나이다.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잘 해내기란 어렵다. 우리의 공부는 어떠한가? 학교를 다니는 시기, 특히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우리는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한다. 그런데 막상 대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는 어떤가? 그동안 스트레스를 푸느라 공부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느라 바쁘다. 공부 자체의 의미와 중요성을 경험하지 못한다.
나에게는 어떠한가? 나 역시 학교를 다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 시절 1등 안해본 사람이 없지 않은가? 비교적 학교에서 인정받으며 자랐다. 그러나 대학교에 와서 나의 삶은 달라졌다. 선교단체 활동에 몰입했다. 찬양이 좋았고, 내적치유가 좋았고, 공동체가 좋았고, 선교가 좋았다. 정작 전공인 영문학 공부는 뒷전이었다. 그나마 틈틈이 경건서적을 읽어나갔다. 이 때 교회 형이 홈페이지에 책 후기를 게시하는 것을 보고, 나의 미니홈피에 조금씩 책에서 좋았던 부분을 적기 시작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신대원에 진학하였다. 유학에 대한 꿈이 있었다. 그당시 대부분 목회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그렇듯, 박사가 되어서 신학교 교수가 되거나 큰 교회에서 목회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신학적인 고민과 나의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그 꿈을 접었다. 대신 성경연구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아나톨레라는 개인성경연구 동아리에 들어갔다. 거기서 말씀묵상의 재미를 붙였다. 그것은 오늘까지 이어져 현재 성경묵상에 열심을 내고 있다. 이것이 현재 나의 공부이다.
‘공부하는 삶’이라는 책은 공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준다.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공부는 소명이다. 저자는 지성인은 지적인 일을 위한 소명을 받았다고 말한다. “지적 소명은 다른 모든 소명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본능과 능력에, 이성으로 판단해야 하는 일종의 내적 충동에 새겨져 있다.” 이런 욕구와 의지를 가지고 평생 공부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하다 죽는 것은 순교라는 말이 맞다.
둘째, 공부는 싸움이다. 저자는 공부는 “고독을 지켜내는 싸움”이라 말한다. 공부하는 시간을 신중하게 절약하기 위해 “고독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치열하게 맞서서 고독을 지켜내야 한다.” 또한 게으름, 육욕, 자만, 시기심, 짜증이라는 악덕을 부단히 물리쳐야 한다. 야망이나 허영심 같은 이기적인 동기를 떨쳐내야 한다.
셋째, 공부는 삶이다. 지식이나 이상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진리에 복종하는 마음”이며 “읽은 것을 흡수하고, 읽는 대로 살아라” 말한다. 무엇보다 “책을 읽을 때 저자는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이며, “책은 요람이지 무덤이 아니다”를 깨우쳐준다.
‘공부하고 싶다.’ ‘공부하는 삶’이라는 책을 읽고 든 생각이다. 부모들이 자기 자녀들에게 얼마나 듣고 싶은 말일까? 공부하라고 강요만 하지 말 일이다. 공부의 이유를 알게 하고, 공부의 걸림돌을 제거해주고, 공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면 공부하고 싶어진다. 학교는 졸업했다. 그러나 공부하는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공부하는 삶 -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지음, 이재만 옮김/유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