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야곱 DNA 서평
DNA(deoxyribonucleic acid)는 유전 정보를 암호화하고 있는 물질로서 몸의 전체적인 특징을 결정짓는 몸 전체의 설계도와 같다고 한다. 형태적으로 뉴클레오타이드(nucleotide)라는 물질이 사슬과 같이 연결되어 있고, 그 사슬은 2중 나선형으로 되어 있다. 결정적인 특징과 2중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이 DNA라는 단어와 이 책의 내용이 너무도 잘 맞아떨어진다.
인간의 이중성을 야곱의 생애를 통해서 다양하고도 깊이있게 잘 드러내었다. 이것은 각 장의 소제목에 잘 나타나는데 운명과 의지, 시간과 방향, 축복과 기복, 벧엘과 벧엘, 일상과 신앙, 심판과 훈련, 지혜와 술수, 원수의 얼굴과 하나님의 얼굴, 세상 안과 세상 밖,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로 표현된다. 또한 책 내용에서 당장과 나중, 장자와 차자, 조건과 약속, 강청과 강요, 전능과 무능, 벧엘과 브니엘, 종교적 열정과 경제적 실용으로도 대비된다. 이 두 가지 상반되는 개념들은 신학적으로, 성서해석에서, 인간이해에 있어 논란이 되는 지점들이다. 그런데 한가지에 치우치지 않고 지적인 성실성을 가지고 양 편을 다 고려하여 설득력있는 해석과 설명을 펼쳐가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팽팽하게 맞서는 줄다리기 시합을 보는 듯한 긴장감과 재미가 있다.
이것과 함께 중요한 주제는 야곱은 바로 나,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을 감추지 않고 자신의 삶을 발설함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야곱과 자신을 동일시하도록 돕는다. 원수 같은 라반을 통해 야곱이 연단됨을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자신과 교회를 힘들게 했던 이를 하나님께서 사랑하신 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이 경험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와 용서를 새롭게 깨닫게 되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또한 순수한 야망과 더러운 욕망이 함께 공존함을 말하면서 설교자로서, 책의 저자로서, 기도생활에 있어서의 이중성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갈등 가운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시는 하나님으로 인하여 이것을 극복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삶이 묻어나는 진솔한 고백이 있기에 독자는 스스럼없이 야곱에게 자신을 대입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던 것은 원수사랑이었다. 야곱이 라반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성장하였듯이, 원수는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일 뿐 아니라 하나님에게 가는 길이 될 수 있으며, 원수를 통해서 자신과 화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142쪽). 또한 야곱이 에서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보았듯이, 원수들과 같이 살면서 평화를 일구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는 것이다(178쪽). 그렇다면 나의 원수는 누구인가?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부목사로서는 담임목사님이, 목사로서는 장로님이 그렇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래서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교회를 옮기고자 하는 마음이 시시때때로 떠오른다. 그러나 복음의 본질, 제자 된 삶의 척도가 용서(184쪽)라는 것을 명심하며 그들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보기까지 나도 얍복강에서의 씨름을 해야함을 깨닫게 된다.
내 안의 야곱 DNA가 하나님 나라의 DNA로 변화될 그 날을 기대하며...
내 안의 야곱 DNA - 김기현 지음/죠이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