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인문2016. 7. 7. 10:58

스피치 달인에게 배우는 설교와 책쓰기

아트스피치 서평

 

나는 말을 잘 못한다.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나는 주로 듣고 반응하는 편이지, 내가 주도적으로 말을 하는 편이 아니다. 이런 내가 목회자가 되어 모임을 인도하고 설교를 하고 있다니. 그나마 예배 중 설교는 미리 원고를 작성하여 하는 것이니 괜찮다. 좀 더 말발이 요구되는 수련회 설교나 특강은 솔직히 두렵다. 이렇게 말하는 것에 자신이 없으니 설교를 하면서도 주로 원고에 눈이 많이 가는 편이고, 설교 후에 스스로의 만족도도 그리 높지 않다.

글쓰기학교를 다니면서 글을 배우는 것은 좋지만, 설교와 관련해서는 반쪽짜리 도움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원고작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전달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부족하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말하기에 관련된 책을 읽게 되어 기대감이 컸다. 그동안 페북에서 동영상을 통해 눈여겨봤던 저자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말하기 뿐 아니라 글과 책을 쓰는데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눈에 띄었다. 고수는 서로 통한다고나 할까.

이 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콘텐츠, 바로 에피소드이다. 아무리 기술과 표현력이 좋아도 진실하고도 감동이 있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피소드에도 등급이 있는데 책 발췌나 다른 이에게 들은 것은 하급이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판단해 다듬은 것이 상급인데, 나의 경험은 한계가 있기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고 팁을 준다. 그동안 설교에서 주로 책 내용을 많이 언급했는데 좀더 분발이 필요하다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 에피소드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먼저 관찰력을 키우면 주변의 모든 것이 에피소드가 된다. 특히 저자의 좋은 에피소드를 찾고자 하는 노력은 대단했다. 저자는 스스로 한동안 에피소드 광신도로 살았는데,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볼 때, 강연하게 될 회사나 백화점을 방문하거나, 책의 좋은 구절을 A4 한 장의 에피소드로 각색하는 것 등 에피소드를 찾기 위한 노력을 볼 때 역시 다르구나 생각되었다. 탁월한 설교자들이 설교의 예화나 묵상을 위해 일주일 내내 삶의 모든 자리에서 애쓰는 점이 오버랩되었다.

스피치에 대한 책에서 책쓰기를 배우는 경험도 새로웠다. 직접적으로 스피치는 한 권의 책을 쓰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나는 강연은 말 잘하는 사람들 입에서 말이 술술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저자는 정반대임을 말한다. 준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강연했던 실패담을 통해 할 말이 있을 때까지 공부하라고 말한다. 또한 스피치에서 제목 정하기와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은 책쓰기와 비슷했다. 특히 음악이 듣는 이의 마음에 감동을 준다는 점에 착안해 스피치를 음악처럼 도입, A, B, A, 종결로 구조를 짜는 점은 탁월하다. 90분 강연을 위해서 A4 30장을 깨알 같은 글자로 채운다고 하니 탁월한 한 번의 스피치는 책쓰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책을 읽고 나니 말을 못한다 말하기 전에, 말하기 준비를 철저히 했는가를 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설교원고 준비가 늦어서 원고를 미리 읽지 못하기 때문에, 전달이 잘 되지 않았음을 반성한다. 책에 쓸만한 나만의 이야기가 없다고 자책할 것이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고, 관찰하고, 주변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트설교자, 아트저자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준비와 열정 속에 만들어진다는 것, 두 말하면 잔소리다.


아트 스피치 - 10점
김미경 지음/21세기북스


Posted by L i v i n g R e m i n d e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