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치유를 생각하며 (‘책읽기를 통한 치유’ 서평)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은 한국교회에 내적 치유의 바람이 불었던 시기이다. 이것은 성령사역과 함께 전국적으로 많은 집회와 세미나를 통해 영향력을 끼쳤다. 해외의 유명한 사역자들을 초청해서 집회를 갖는 포스터도 기억이 난다. 어디선가 들었던 것은 한국이 IMF를 통해서 큰 아픔을 겪었으며, 여성의 지위가 상향됨에 따라 그동안 가부장적인 질서 속에서 억눌렸던 것들이 표현되는 시기와 맞물려 내적 치유가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라고 평가되었다. 내적 치유 사역을 통해 부정적인 과거의 경험과 그 영향으로 발생되는 잘못된 감정과 반응에 대한 개인의 회복이 한국 교회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선교단체를 통해서 내적 치유에 대한 많은 강의를 들었다. 특히 5개월 간의 DTS(예수제자학교)라는 훈련을 통해 2주 동안 여러 내면의 상처와 문제를 놓고 강의를 들으며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무뚝뚝하고 엄한 아버지로 인해 가졌던 잘못된 반응과 태도를 점검하고, 이성과의 관계에서 감정적으로 신실하지 못했던 부분의 회복을 위해 집중적으로 기도했다. 이렇게 개인적으로도 교회적으로도 치유의 메시지를 들으며 젊은 날을 보냈다.
그러나 신대원에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개인의 경험이나 감정의 영역보다, 역사와 세계 전체를 포함하는 공적인 영역과 객관적인 신학과 말씀의 강조를 통해 치유에 대한 관심은 점점 사라졌다. 무엇보다 몇 해 전에 출간된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라는 책이 출간되었었는데,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의 상처와 내면적인 감정에 대한 관심은 더 멀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책읽기를 통한 치유’를 읽으면서 다시한번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 어떤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가족의 정신질환, 남편의 일중독이나 외도, 성폭행과 폭력으로 인해 큰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사는 이들이 바로 지금 함께 교회에 다니고 있는 성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 뉴스에 나오는 가히 엽기적이고 역기능적인 가정의 모습들이 이것을 확인시켜준다.
이 책의 저자는 실제 정신분열을 가진 조카를 돌보면서 겪은 어려움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독서모임을 통해서 큰 유익을 경험하게 된다. 이 독서모임은 신성회라는 이름을 갖게 되는데 조카 신성희의 이름과도 비슷하고, ‘새롭게 일어나(新) 성숙한 삶을 살아가려는(成) 사람들의 모임(會)’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또한 책에는 이 모임을 통해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게 된 이들의 사례가 나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책을 통해 어떤 점이 도움이 되었는지가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목회자로서 교인들과 상담을 하거나 심방을 다니다보면 문제가 없는 가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들 여러 가지 상처와 아픔을 안고 힘겹게 살아가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저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치유와 회복을 간구하는 것은 목회자가 해야 할 중요한 사역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책에서 폴 투르니에와 스캇 펙의 저서, 그리고 옥한흠 목사님의 ‘고통에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는 반복해서 언급되고 있는데 빠른 시일 내에 읽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심원하고 근원적인 구원과 치유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성경, 그 책읽기를 통한 치유를 잊지 말자.
책읽기를 통한 치유 - 이영애 지음/홍성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