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인문2016. 7. 7. 11:03

치유하는 글쓰기 서평

 

글쓰기는 참으로 풍성하고 놀라운 것들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생각을 발견하며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창조성을 발휘하기도 할뿐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게 하다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겠다.

 

책을 통해서 발설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여러가지 근거가 있겠지만 '식물에게 빛과 그림자, 낮과 밤이 필요하듯 인간의 성장에도 긍정성과 부정성, 드러난 것과 숨겨진 모든 것이 도움이 된다'(28)는 설명이 마음에 와 닿았다. 결국 발설을 통해 자신 안에 있는 부정적인 것을 드러냄으로 그 해로움을 최소화하거나 인간 성장의 자양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치유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글쓰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치유하는지 그 기능이 잘 정리되어 있다. 첫번째는 생각을 단순화 하여 자신의 밖에 보관하게 한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 외로움을 벗고 안온함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세번째는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네번째는 거리두기로 내면의 고통과 상처를 직면하게 되면 오히려 담대해지고 초연해진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 한동안 곰곰히 생각하게 것은 모든 의견과 생각은 자신의 투사라는 것이다(100). 상대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실은 나의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 사역을 하면서 심방을 하거나 설교를 할 때 많은 말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나의 감정과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을 하니 참으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진리라는 미명하에 나의 기질과 성향을 투사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되었다. 이렇게 투사가 되지 않도록 늘 나의 내면을 건강하게 세워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의 내면을 주의깊게 잘 들여다보고 상처나 고통을 계속해서 치유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나를 어둡게 하는 것 중 하나는 낮은 자존감 내지 너무 강한 자의식이다. 특히 한가지 사역을 마치고 났을 때, 혹은 내가 설교를 마친 뒤나 다른 목회자가 설교를 하고 난 뒤에 이것을 경험한다. 사역에서는 나의 유약한 성품 때문에 가시적인 결과를 잘 얻지 못한다는 자책을 많이한다. 설교를 마친 뒤에는 이런저런 실수를 생각하며 평소에 모임에서 말하는 것을 그리 즐겨하지 않는 나의 성향을 탓한다. 또한 다른 목회자가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설교를 하거나 통찰력 있고 감동이 있는 설교를 하면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은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주로 이런 날 저녁은 집에 가서 아내에게 '내 성격은 왜 이럴까?' 라고 묻거나 '누구 목사님 설교 너무 잘 하지?'라고 묻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지금까지 내 자신이 자존감에 대한 설교를 많이했고,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초, 한국교회에 치유사역이 활발할 때 대학시절을 보내며 많은 집회와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음에도 쉽게 바뀌지 않는 부분이다.

 

낮은 자존감은 교만의 또다른 모습이라고 했던가? 결국 나는 못한다 생각하지만 그 이면에는 나는 최고이고 최고이어야만 한다는 생각, 나는 늘 칭찬과 존경만을 받아야 한다는 욕심이 내 안에 있는 것인가? 이제는 건강하고 균형잡힌 시각과 에너지를 갖고 싶다. 내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과 에너지를 바깥으로 돌려, 내가 사역하고 설교하는 이유되시는 하나님의 영광과 아름다움을 향하고, 내가 섬기는 사람들을 향한 진실한 관심과 사랑으로 나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 더 발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치유하는 글쓰기 - 10점
박미라 지음/한겨레출판


Posted by L i v i n g R e m i n d e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