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인문2016. 7. 7. 11:04

성경, 가장 잘 된 소설(?) 한 권 (‘황홀한 글감옥서평)

책 제목부터 강렬하고도 역설적이다. 어떻게 감옥에 갇혀있으면서 황홀할 수가 있을까? 저자가 강조하였듯이 국어사전을 찾아본다. 황홀의 뜻은 이렇다. 첫 번째, 아름다운 사물 따위에 매혹되어 마음이 달뜨고 몽롱함. 두 번째, 눈이 부셔 어른어른할 정도로 빛나거나 화려함. 글감옥은 무엇인가? 249쪽에서 저자가 하루에 일정한 분량의 글을 고생스럽게 써나가는 작업을 스스로 칭한 말이다. 감옥인데 어떻게 황홀할 수 있을까? 글을 쓰고 났을 때의 성취감, 독자들로부터의 호평,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을 바꾸었을 때의 존재감의 다른 말이 아닐까 싶다.

글쓰기에 관하여. 작가의 책답게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이 중간중간 제시된다. 먼저 모든 글쓰기의 책이 말하듯, 3를 말하였다. 다독, 다작, 다상량이다. 그러나 그는 다독, 다상량, 다작을 4:4:2의 비율로 할 것을 제안한다. 즉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할 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모방의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창조적 모방이 필요함을 말하였다. 목회자, 특히 담임목회자가 설교에 있어 이런 창조적 모방이 얼마나 필요한가? 그런데 이것이 충분히 무르익기까지 일정한 시간과 훈련을 거치지 않고 서두르기에 표절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소설을 집필할 때 매일 30쪽 가량의 원고 분량을 목표로 정해놓고 철저하게 숫자로 적어간 기록을 볼 때, 소위 엉덩이로 글을 쓴다는 노력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진실에 관하여. 조정래의 작품을 관통하는 힘으로 느껴진다. 그는 작가는 인류의 스승이며, 그 시대의 산소다라는 말을 자랑스러워한다. 여기서 소설가의 산소의 역할이 진실이기에, 소설가는 진보적일 수 밖에 없고, 기득권을 향유하는 보수세력과 갈등할 수 밖에 없다 말한다. 그러면서 진보적인 소설가의 길은 약간은 성직자, 철학자, 개혁자의 길과 겹친다고 말한다(36). 그렇다면 그가 말하려는 그 진실은 무엇인가? ‘역사의 주인이고 원동력인 민중의 발견, 민족의 비극인 분단과 민족의 비원인 통일의 자각, 민족의 현실을 망치고 미래를 어둡게 한 친일파 문제(243)’를 세 편의 대하소설의 공통점으로 제시하였는데, 이것이 저자가 수사기관의 압박과 적대자들의 협박 속에서도 밝히려했던 진실이다. 진실을 위한 그 집중력과 헌신은 가히 예언자라 할만하다.

통일에 관하여. 책에는 통일의 과제가 한민족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다. 이것은 저자가 광주민주항쟁을 경험하면서, 남과 북의 정권이 분단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음을 경험하면서 깨닫게 된 것이다. ‘분단이 있는 이상 남과 북에는 진정한 민주주의란 있을 수 없고, 인간다운 세상이란 요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길은 단 하나, 민족 통일을 이루는 것이었습니다.’(205) 좌우의 이념 프레임을 넘어서 인간의 인간됨을 회복하기 위한 그 소신이 고귀함을 넘어 성스럽게 여겨진다.

저자는 문학과 소설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문화사가들이 지구가 멸망할 때 남기는 한 가지가 제일 잘된 소설 한 권이라고 답을 내린다. 그러면서 불경, 성경, 철학책, 역사책, 사회학 논문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한 가지 기억하면 좋겠다. 가장 멋진 문학적인 글, 오랫동안 진실을 전한 책, 통일의 선교적 사명을 전하는 책이 성경이며, 어떤 의미에서 제일 잘된 소설 한 권이 바로 성경이라는 것을.

황홀한 글감옥 - 10점
조정래 지음/시사IN북


Posted by L i v i n g R e m i n d e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