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기독교2016. 9. 6. 14:48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 서평)


고통의 문제로 씨름하는 목회자들에게

최근 권사님 한 분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셨다. 지난 일 년간 남편 집사님께서 폐질환으로 입원해서 간호하느라 너무 고생하셨다. 결국 올 초에 남편 집사님께서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셨다. 겨우 고난을 벗어나시나 했는데, 이제 본인이 고난의 길로 접어드셨다. 병명은 척추경색이다. 갑자기 하반신 마비가 와서 다리에 감각이 없어 잘 걷지 못하는 증상이다. 다행히 조금씩 감각이 돌아와서 걷는데 도움이 되는 재활치료중이셨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지난 금요일 재활치료 중 뇌경색이 와서 급하게 수술을 하셨다. 병원에 있어서 금방 처치는 되었는데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에 손상이 와서 현재 말을 잘 못하신다. 시간이 지나면 더 회복된다고는 하는데 본인이 많이 낙담한 상황이다. 찾아가서 하나님만 의지하시도록 기도하고 돌아왔다. 만감이 교차했다. 여러번 심방 가서 간절히 기도했는데 이것은 무슨 상황인가? 나는 영빨이 없는 목사인가? 연속으로 파도처럼 몰려드는 성도들의 고난 앞에 나는 무기력한 목회자이다. 이렇게 목회자는 고통과 씨름할 수밖에 없다.

오늘도 이런 목회의 현장에서 고통과 씨름하는 목회자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 김기현 목사님이 쓴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 라는 책이 최근 출간되었다. 하박국에 나타난 이스라엘 백성의 고난과 고통을 자신의 삶으로 풀어낸 책이다. 무엇보다 본인이 담임목회자로 성도들과의 갈등 속에서 경험한 고통에 대한 내용들이기에 목회자들에게 깊이 공감이 된다.

이 책은 고통에 대한 모든 내용이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식으로 말하면 ‘백과사전’이고, 오늘날로 말하면 ‘위키피디아’이다. 고통에 대한 고전의 통찰력을 배울 수 있다. C. S. 루이스, 해롤드 쿠쉬너, 니콜라스 윌터스토프, 스캇 펙 등 신앙의 대가들이 고통의 문제에 대해 깊이 묵상한 귀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보고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지식을 수집해 놓은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을 고찰하여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한다. 이 책은 애피타이저와 같이 고통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며, 본요리와 같이 고통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디저트와 같이 고통의 대한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삶에 있어 고통에 대한 해결로 제시되는 것은 하나님이시다. 특히 고통받는 하나님이시다. 신정론에 있어서 하나님은 고통이나 악과 양립할 수 없어 문제가 된다. 전능하시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고통과 악을 그냥 두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은 누구보다 우리의 아픔과 고통에 가슴아파하시며 괴로워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것이다.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나는, 우리의 고통의 자리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시다. 결자해지. 하나님이 문제유발자이지만, 결국 문제해결자가 되신다는 귀중한 깨달음을 얻는다.

이 책을 통해 깨닫는 것은 목회자는 고통받는 자리에 함께 계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나타나기 위해, 그들 역시 고통받는 자들과 함께 하는 자들이다. 김병년 목사님은 본인의 책 ‘난 당신이 좋아’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고난당하는 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 있어 줄 친구인데, 단순히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연약한 존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고립감에 빠지지 않고, 함께함으로써 소속감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고보면 목회자는 고통을 해결해주는 자가 아니라, 함께 성도의 고통의 씨름에 참여하는 자인 것이다.

저자는 이번에 개정판을 내면서 ‘다시 쓰는 것은 다시 사는 것이다’라고 고백한다. 다시 사는 것의 뉘앙스를 느껴보시라. 그리고 책을 ‘사서’, 성도의 고통의 자리에서 함께 씨름하는 삶을 ‘사는’ 보람과 기쁨을 누리시길 기대한다.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 - 10점
김기현 지음/복있는사람


Posted by L i v i n g R e m i n d e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