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감(五感)
좋은 문장 나쁜 문장 서평
오호. 책제목을 봤을 때 나의 느낌이었다. 그동안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좋은 문장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다. 좋은 문장이 모여 좋은 글이 되고 결국 좋은 책이 되지 않는가? 그래. 이번 기회에 좋은 문장을 쓰는 법을 배워보자. 더군다나 이렇게 얇은 책이라니. 간결하면서도 깊이있는 문장, 시적인 문장,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이 나오게 하는 문장. 이런 멋진 문장 쓰는 법을 이번에 확실히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에이. 처음 몇 페이지를 읽었을 때의 내 반응이다. 여러 가지 맞춤법과 표준어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읽고 있는 느낌이었다. 누가봐도 멋지고 감탄이 나올 법한 문장을 쓰고 싶다 했지 누가 이런 문법을 배우고 싶다고 했나. 이래봬도 나 수능에서 언어영역을 제일 잘 했던 사람이야 라는 뜬금없는 자부심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갑자기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건성건성으로 읽게 되었다.
와. 내가 이렇게 문장을 쓰면서 많이 틀렸던가. 책의 진도가 나가면서 실망스러웠던 나의 느낌은 어느새 사라지고 나의 얼굴은 화끈거렸다. 단어의 맞춤법, 주어와 서술어의 일치, 지시어, 접속부사, 영어의 피동형 구문사용 등 내가 그동안 잘못 사용했던 것들이 예시로 나타났다. 지금 글쓰기 학교에서 매주 글을 쓰면서 실수했던 것들이 신기하게 하나하나 생각났다. 멋있는 문장은커녕 기초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래. 그동안 내 글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은 긴 문장이었다. 예전에 교육전도사 시절 아내는 나의 설교문이 만연체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도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책에 예시로 나와 있는 잘못된 글은 딱 내 글이라고 느껴졌다. 책에서는 길게 쓰는 이유를 세 가지로 이야기한다. 첫째, 길게 써야 품격이 높아진다는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둘째, 뜻이 같은 말을 겹쳐 사용하기 때문이다. 셋째,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생각을 늘어놓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접속부사를 생략하고 문장을 간결하게 쓸 때 몰입이 좋은 예술적 글을 쓸 수 있음을 배운 것도 큰 소득이다.
맞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아니라 기본이 중요하다. 화려하고 눈에 띄는 문장이 우선이 아니다. 단어가 중요하고, 맞춤법이 중요하고, 간결한 문장이 중요하다. 한글을 바르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이의 곁에서 기본의 중요성을 깨우쳐주는 코치와 같은 책이다. 문장을 잘 쓰고 싶은가? 아니 문장을 쓰는 기본을 배우고 싶은가? ‘기본!’을 외치는 이 책을 붙잡아라.
좋은 문장 나쁜 문장 - 송준호 지음/살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