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문제와 고통에 직면하는 것
"노이로제(신경증)이란 항상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회피한 결과다." -칼 융
훈련이라는 것은 문제 해결의 괴로움을 피하는 대신에 문제 해결의 괴로움을 건설적으로 취급하는 기술 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즐거움을 미루는 것, 책임을 지는 것, 진리와 현실에 충실한 것, 그리고 균형을 잡는 것이다.
나는 가끔 정신치료를 가리켜 '진실게임' 혹은 '정직게임'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모든 일 중에서도 특히 거짓말과 대결하도록 환자들을 도와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신병의 근본적인 원인 중의 하나는 우리가 들어온 거짓말과, 또 우리가 자신에게 해온 그런 거짓말이 서로 엉키기 때문이다. 이런 원인은 오로지 정직한 분위기에서만 뿌리째 뽑아 버릴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치료자가 제일 근본적으로 해야 할 것은 환자들과의 관계를 솔직하고 진실한 관계로 만드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건강하기 위해서는 성장을 해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낡은 자아를 포기하는 과정은 필수적인 것이므로, 우울증은 근본적으로 정상적이고 건강한 현상인 것이다. 무엇인가를 포기하는 과정에 장애가 생기면, 그 우울증은 비정상적으로 건강을 해치게 된다. 그 결과로 우울증은 오래 계속된다.
'괄호로 묶기'란 근본적으로 개인이 안정감을 느끼고, 자기 주장을 하고자 하는 욕구를 잠깐 포기하고, 그 대신 새로운 자료에 적응하여 새로운 성장을 이룸으로써 균형을 이루게 해주는 행동을 말한다...순수하게 새로운, 사물이나 사람들이나 사건들의 실재가 내 안에 뿌리내리게 하기 위하여, 자아의 탈중심화를 겪어야만 한다...즉 모든 것을 포기함으로써 보다 많이 얻게 된다. 자기 훈련이란 자기 확장의 과정이다. 포기의 고통이란 죽음의 고통이고, 옛것의 죽음이란 새것의 출생이다.
사랑이란 자기 자신이나 혹은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이다.
진정한 사람은 애착을 초월한다는 뜻이다. 참사랑은 애착이나 사랑의 느낌과는 상관없이 실존하는 것이다. 물론 애착이나 사랑의 느낌을 가지고 하는 사랑이 훨씬 재미있고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애착과 사랑의 느낌 없이도 사랑할 수 있으며, 이런 점에서 구별을 하는데 있어 열쇠가 되는 말이 바로 '의지'이다.
사랑하는 일이란 원칙적으로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다...관심을 행동으로 나타낼 수 있는 가장 평범하고 중요한 방법은 말을 들어주는 것이다...참으로 들어주는 일은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혼생활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인생에 있어서 유일하게 진정한 안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생의 불안정을 맛보는 데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보여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한 태도로 사랑의 힘을 구사하는 방법일 것이다. 가장 보편적인 예는 사랑으로 상대방이 자신의 모습에 직면하도록 일깨워주는 것이다...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은 가끔 사랑하는 상대의 삶을 그 자체로서 존중하는 것과 그 삶에 대해 사랑으로 충고해주어야 하는 책임 사이에서 난처해질 수 있다. 이것은 괴로운 자기 성찰로써만 해결될 수 있다. 즉 사랑을 베풀고자 하는 사람은 충고하고자 하는 자신의 숨은 동기와 자신의 '지혜'를 살펴야 한다.
많이 사랑하면 할수록 그 사람은 더욱더 겸손해진다. 그러나 겸손하면 겸손할수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거만하게 행동할 수 있으리라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두려워하게 된다...그러나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랑이 요구하는 지혜를 얻기 위해 일하며 행동하는 것이 신과 같은 일을 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의 정신적 성장을 촉진하는 행동이 자신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는 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주요 특징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구별이 언제나 유지되고 보존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상대를 전적으로 나와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진 한 사람으로 인지한다.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항상 사랑하는 사람의 독특한 개성을 존중하고, 더 나아가 그 개성을 격려해준다. 이처럼 상대방과 나와의 개별성을 존중하지 못할 때, 그것은 많은 정신질환과 불필요한 고통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성공적이고 의미있는 정신치료의 근본적인 요소는 사랑인 것이다...진정으로 사랑하는 관계는 어떤 관계이더라도 그 관계는 상호간의 정신치료적 관계다.
인식을 넓히는 과정이 바로 이 책의 주된 주제다.
"당신이 아는 것은 누군가 하느님에 대해서 이야기해 준 것을 들은 것에 불과하거든요. 게다가 당신이 하느님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 중에 많은 것이 잘못된 이야기입니다...당신은 당신 자신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당신은 진리와 당신 자신가 하나님에 대해서 배울 것입니다."
은총...인간의 의식세계 바깥에서 생겨나 인간의 영적 성숙을 돕는 강력한 힘이다. 인간이 과학적 연구 방법에 의거하여 전염병 항체라든가 꿈의 상태, 무의식 같은 것을 개념화하기 훨씬 전부터 수백 수천년 동안 이 힘은 종교에 의해 인지되어 왔다.
생물학적 진화 과정 가운데 가장 주목할만한 사실은 그것이 일종의 기적이라는 점이다...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언제나 부다 정돈된 상태로 부터 덜 정돈된 상태로, 보다 복잡한 분화 상태로부터 보다 단순한 분화 상태로 흘러간다. 결국 우주는 완전 해체와 미분화의 상태가 되는데 이것을 엔트로피라 부른다...진화의 흐름은 바로 이 엔트로피의 힘과는 정반대이다.
영적 성장의 과정이 힘겹고 어려운 것임을 나는 거듭해서 강조해왔다. 영적 성장이란 쉬운 길을 가려 하고 날짜가 지난 지도나 낡은 관행에 집착하려 하며 변화를 싫어하는 본능을 극복하고 그에 따라 자기 마음대로 길을 가려는 자연의 저항을 이겨 내야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정신 속에서 작용하는 엔트로피의 힘이 성장을 방해하는 것도 이겨내야 한다. 그러나 생물학적 진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영적인 기적은 이 저항은 극복해낸다. 우리는 성장하고, 좀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기적을 이루어낸다...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우리가 태어난 진창구덩이 속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어려운 길을 선택하도록 부추기는 어떤 힘이 내재해 있다.
우리 자신의 관성이라는 본능적 저항을 이기고 성장하게 하는 이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이미 이 힘에 대하여 이름을 붙였다. 사랑이라고. 인간애라고 하는 사랑은 엔트로피의 자연법칙을 무산시키는 기적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영혼의 성숙에 장애가 되는 것들 중 궁극적으로 오직 단 하나의 장애물이 있는데 그것은 게으름이다. 게으름은 사랑의 반대말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영혼의 성숙에는 노력이 필요하다...게으름의 주된 형태는 두려움이다...즉 현실을 변화시키는데 따른 두려움, 현재의 위치에서 더 나아가면 무언가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정신질환의 고통스럽고 언짢은 증후군은 은총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의식이 바깥에 존재하면서 우리의 영적 성장을 돕는 강력한 힘'의 소산이다.
자신이 하느님과 가까이 있음을 경험한다는 것은 또한 자신이 하느님의 권력과 대리자가 되며 하느님처럼 될 것을 강요받는 경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은총에의 부름은 사랑으로 세상을 돌보고 수고하는 삶에의 부름이며, 봉사와 희생이 요구되는 삶에의 부름이다. 그것은 영적으로 어린이 상태에서 어른의 상태로 나아가라는 부름이며, 인류의 부모가 되라는 부름이다.
Dilege et quod vis fac- 당신이 사랑할 수 있고 부지런하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성 어거스틴
은총에 관한 이 장의 주된 목표는 영적 성장을 위한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며 추구하지 않고도 은총이라는 선물을 인식하고 이용할 수 잇는 능력을 학습시켜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 능력에 의해서, 우리들의 영적 성장을 향한 여행은 우리의 의식적 의지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손과 상상할 수 없는 하느님의 지혜를 따라 훨씬 정확하게 바른 길로 인도된다. 그리하여 여행은 더욱 빨라진다.
수동성과 의존성, 그리고 두려움과 게으름 때문에 가야 할 길의 전부를 미리 보기를 원하며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안전하고 가치 있다는 것을 미리 보장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영적 성장의 여행은 용기와 주체성, 생각과 행동에서의 독립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예언자들의 말이나 은총의 도움이 얼마간 힘은 되겠지만 그 길은 반드시 혼자 가야 할 길이다...어떤 말로도, 어떤 가르침으로도, 영적인 순례자가 자신의 길을 선택하여 노력하고 고뇌하면서 하느님과 하나가 되기 위하여 자기 삶의 고유한 환경을 극복하며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덜어 주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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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훈련에 관한 좋은 글을 인용한 것을 보고 좋은 책이겠다 싶어 읽게 된 책...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써 심리학과 영성을 아울러서 사람과 종교를 보고 있다.
그의 모든 생각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참 깊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삶...고통...정직...책임...겸손...사랑...은총...성장...순례...포기...자기부인...의지...하나님...
에 대해서 생각하고 배울 수 있게 하는 책...